노동시장 개혁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이 왜 의약계열 학과에 진학하려고 하는가? 왜 소위 명문대에 가려고 하는가? 왜 인서울에 목을 매는가? 다 졸업 이후 높고 안정적인 노동소득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의약계열은 공급이 제한되어있어 졸업만 해도 지대rent를 누릴 수 있다. 심지어 의대증원 실패로 그 지대의 영향은 국가조차 깨부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모두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산업이 패퇴하면 배후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지대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사라지면 의약계열조차 무너진다(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해결책은 그들 스스로가 산업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보다 전문직에 매달리는 것은 서울에서는 아직 산업이 말 그대로 ‘패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처럼 산업이 아예 사라진 지방들은 존재한다. 거제의 조선업에서와 같이 산업이 무너지던 다시 살아나도,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꿰찬 지역에서는 지대가 회복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보고 어느 누가 지역에 자리를 잡겠는가. 반면 성과급 1억 지급 이후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의 지원률은 의대를 제친모습을 보였다.
결론은 자명하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과 그들이 잘 살길 바라는 학부모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확률적 우위’에 기대어 진학을 선택하고 뒷바라지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리드먼이 말했듯, ‘생애소득’이다. 입시과열은 ‘학벌’이라는 지위재를 취하기 위한 입시교육 수요의 증가라기보다는 (공급이 제한적인) 전문직으로 대표되는 ‘고소득 직업’에 대한 수요의 ‘파생수요’의 증가의 결과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말하는 목표와 수단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유이다. 표면적인 ‘서울대’로 대표되는 학벌을 원인이라 말하는 것은, 뒤가 구린 ‘정치’에 불과하다. 서울로의 집중이라는 현상은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이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정책은, 국회의원들의 세금 나누어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사는 ‘매우 상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역에 ‘서울대’가 생기면 청년들은 정말 서울로 가지 않을까? ‘지역 서울대’를 졸업하면 청년들은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안을 포함하지 않은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살펴봐도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보다는, 소상공인 지원,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춘, 공정의 외피를 씌운 공약들만 보인다. 자영업은 근본적으로 산업의 배후지에서, 그 중에서도 산업이 자리잡은 행정구역의 극히 일부분에서 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나누어 먹는 것이다. 그 자체가 성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피터팬 증후군이 보여주듯 성장을 회피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기업의 생산성과 그에 따른 노동소득의 서열이 존재하고, 심지어 대학간 연구역량의 서열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대기업과 상위대학을 적폐로 규정짓는 동시에 조금만 성장이 둔화되면 덮어놓고 욕하는 행태는 합리적 주체들로 하여금 성장과 연구에 대한 투자 유인을 감소시킨다.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①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의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감소는 국가경쟁력 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민소득을 감소시킨다. 다국적 기업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이론적 논의와 파괴적 혁신이 생산성 증가와 경제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논의를 생각하자.
② 노동자 개개인의 노동소득을 늘리려면 노동시장의 진입을 일찍 당겨야 한다. 이를 위해 특성화고에 지원을 늘려야 햔다. 전체고등학교 중 특성화고의 비중도 늘려야할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해 학생-인턴제도를 통해서 채용비중을 늘려야 한다. 즉 특성화고와 기업간 연계가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졸업생 대상 인턴은 폐지해야 한다. 인턴제도의 확대는 청년층으로 하여금 불안정한 소득을 얻는 생애구간을 더 길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회의 인턴 경험은 오히려 낙인효과를 만들 수 있다.
③ 서울대의 역량이 낮아져 교수들이 나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학 등록금을 현실화해야한다. 학자금은 무이자 5년으로 빌려주고, 대출 발생 이후 10년째 되는 시점부터 시장금리로 변경하고, 졸업 후 학자금을 갚으면 연말정산 세제 혜택을 부과하는 방식도 동원되어야 한다. 이는 두 번째 제안과 결합되어,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고, 연구역량 강화(특히 서울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첫 번째 제안과 결합되어 파괴적 혁신을 강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등록금 현실화와 특성화고 강화는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진학과 취업의 선택을 하도록 함으로써 자원을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