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보면 언제나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평균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OECD 통계를 보아도 그러하다. 이러한 통계는 국제비교를 위한 노동생산성 지표를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효율’로 환원하여 한국의 노동행태를 지적하는 데 쓰인다.
아래는 2023년 기준 GDP per hour worked in current prices and current PPPs로 계산된 국가별 노동생산성이다.
그러나 내가 내리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죄가 없다. ① 흔히 말하는 ‘노동생산성’은 ‘노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얼만큼의 부가가치가 노동자들 1인당 혹은 시간당 노동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② 우리나라가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이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게 나오는 이유는 첫째로는 낮은 서비스 가격 때문이다. 서비스업에서 아무리 열심히 효율적으로 일을 해도 서비스가격 자체가 낮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낮게 측정되는 것이다. 이는 노동생산성의 지표 값을 낮춘다. 두 번째로는 PPP 환산과 GDP를 사용함에 따라 특정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순위가 위로 치솟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생산성 지표의 상대적 국가별 순위를 낮춘다.
통상 노동생산성은 실질GDP를 노동투입량으로 나눈 것으로 정의되는데, 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GDP를 달러 기준으로 환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달러 기준으로 환산시킬 때에는 통상적으로 실제 환율이 아니라 PPP기준으로 환산한다.
첫 번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PPP는 현실의 비교역재가 교역 가능하다고 가정한 새로운 물가 바스켓을 짜서, 달러에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PPP, 구체적으로 PPP 환산 GDP는 한 나라의 명목 GDP(자국통화 표시)를 PPP 환산계수(PPP conversion factor)로 나눠서 국제비교가 가능한 ‘국제 달러(international dollar)’ 단위로 표현한 값으로 정의된다. 자국통화 기준 GDP와, PPP 환산계수가 자국통화/국제달러 단위로 PPP라면 PPP 환산 GDP는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PPP는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산출된다.첫째, 비교 가능한 품목·서비스의 가격자료와 국민계정 지출가중치를 이용해 각 나라의 상대적 가격수준을 동시에 일관되게 추정하기 위해 가격 목록(=ICP)을 만들어 추적한다. 둘째, 모든 나라의 ICP를 기준으로 삼아 각 나라의 최신 회계연도 당시 명목물가가 ICP로부터 얼마나 상승 또는 하락했는지를 산출한다. 이로부터 실제 환율과는 관계 없이, 달러와 일대일로 비교할 수 있는 가상의 환율인 PPP 환산계수를 만든다. 셋째,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통화인 ‘국제 달러’로 각 나라의 자국통화로 계산된 GDP를 환산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ICP가 추적하는 바스켓 내 재화와 서비스의 실질 가치가 낮다고 판단될수록 해당 국가의 가상 국제 달러는 가격이 높아진다. 즉 비교역재인 서비스 물가가 저렴한 나라일수록 PPP는 높아진다. 이는 PPP에 재화나 서비스의 실제 가치를 전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는 실제 국가 GDP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PPP 환산 GDP가 높게 잡힌다. 뿐만 아니라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이런 국가들의 노동생산성은 아득히 높은 수준으로 측정된다.
둘째, GDP나 부가가치를 노동생산성 측정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기본적으로 부가가치, 즉 시장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GDI(또는 실질GNI)보다 실질GDP가 높은 국가, 즉 국경을 넘나느는 비거주자 노동이 많은 국가나,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국가의 경우에는 노동생산성이 과대집계된다. 아래는 월드뱅크에서 가져온 데이터.
다시 말하지만, 노동생산성 지표는 생산이 먼저 결정되고 이를 노동투입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시간 당 노동을 통하여 획득하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으로 노동생산성을 해석해야 함을 뜻한다. 노동생산성 지표의 해석 인과는 노동투입
실제 ‘생산성’을 집계한다는 것은 결국 ‘기여도’를 집계하는 것과 다름 없다. 기존의 (국내생산) 부가가치 접근법은 결국 부가가치 측정시 시장에서 결정되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노동투입의 ‘효율성’을 측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노동생산성을 비교하기 위해선 완전히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야 한다. 이는 OEM 제조업의 경우 작업자 1인당 실제 생산량을 측정하면 된다. 실제로 Shan Weijian의 글에 따르면 위와 같은 틀 하에서 측정한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측정방식에 비해 매우 높게 측정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생산에 대한 기여도를 국제적으로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 통일된 작업환경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가가치 접근법이 사용되는 것이지만(일관성을 위해 제조업에서도), 위에서 말했듯, 여기에는 시장가격이 끼어들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가가치 기준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자의 약 70%가 서비스업에 종사하지만 서비스 가격은 국제기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추가링크) 이 때문에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게 측정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서비스 가격이 특정 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