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23

삼권분립에 대해서 약간의 오해가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게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감시와 견제, 견제와 균형. 이게 삼권분립의 핵심 가치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도 사법부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 행정, 입법, 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않나. 국민들의 주권 의지에 반하는 그런 제멋대로 입법이든 제멋대로 행정이든 제멋대로 사법이든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된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들이다.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 받은 거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국민 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

…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다.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거다.

… 국민의 시각에서 또는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 시스템, 이거는 존중되어야 되는 거다.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하게 존중되어야 될 게 바로 국민 주권 의지다. 국민의 뜻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입법부를 통한 국민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

삼권분립의 목적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음. 의회가 민주적 대표성이 가장 강할지라도, 즉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고, 행정부와 법원의 조직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했을지라도 이 특징이 곧 권력의 서열을 의미하지는 않음. 세 기관은 서로 독립적이며 수평적인 권력관계를 가지고 있음.

공화국이라면 ‘보편적 가치와 공공선’을 담고있는 법과 제도에 근거하여 운영되어야 함. 개개인들에게 있어서 어차피 무언가에 의해 구속되고 예속될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그 삶에서는 타의에 의한 지배가 가장 불의의 것임. 즉 자의에 의한 지배가 가장 가치있는 것. 그렇기에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는 바로 국민주권을 구체화하는 장치에 다름 아님. 그 권력분립의 형식 자체가 국민주권의 발현이고 자기제약임.

선출 자체로는 타의에 의한 지배라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음. 대통령의 말마따나 의회권력이 어느것보다 우위에 서게된다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선출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법견제를 받지 않게 될 수 있음. 법 앞에서의 평등원칙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 무려 그런 발언을 대통령이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음. 물론 윤석열의 기습계엄보다는 백배 낫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건 잘못된 것.

나는 JM의 이 발언은 결국 국회의원을 세습귀족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이는 곧 국가통치모델을 중국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음.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영도’ 아래, 사법과 행정은 독립된 권력분립의 한 축이 아니라 국가기관 사이의 ‘분업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 JM의 발언과 이 사실은 일맥상통함. 그리고 중국에서 고위 공산당원들은 뭐다? 세습귀족이다.

소위 ‘동아시아주의’가 ‘국민 주권(의지)‘로 탈바꿈하여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반민주주의가 아닌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근본적인 근대적 토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