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환시장 10대 뉴스 인포 기사 아카이빙
2025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정선미 기자 = 2025년 서울외환시장은 1월에 1,400원대 환율로 시작해서 12월에도 1,400원대 환율을 본 한 해였다.
달러-원 환율은 5월부터 9월까지는 1,400원선을 밑돌았지만 1,400원대 고환율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상반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대미 투자 압박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금리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자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은 올해 수급과 구조 면에서 변화를 맞았다.
수급 면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달러 매수 압력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NFA·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지난해 4분기에 1조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이미 해외에 보유한 순자산이 우위를 보였다.
무역, 통상 환경도 달라졌다.
기업의 해외 투자도 늘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요구했다.
한미 환율 협상과 무역협상이 이뤄지면서 연간 최대 200억달러 한도로 대미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외환시장의 구조도 달라졌다.
외환시장 구조개선의 일환으로 새벽 2시 연장 거래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도 물꼬를 텄다.
수급과 구조 변화에 따른 고환율이 지속되자 외환당국도 대응 강도를 높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과 전략적 환헤지 관련 협의에 나섰고, 수출업체, 증권사를 만나 달러 환전을 모니터링할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2025년은 서울외환시장이 수급과 구조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한 해였다.
◇외환시장의 큰 고래 ‘국민연금’에 시선집중
올해 서울환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국민연금이다.
전세계에서 운용자산 3위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기관인 만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고래가 움직이듯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지속되면서 달러 매수 압력은 가중됐다.
반대로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로 급등하자 국민연금 달러 환헤지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면서 달러-원 환율 상승은 제한됐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를 체결해 달러 매수세를 완화하는 한편, 환율 고점에서 환헤지 필요성을 강조해 달러 매도 여력을 확보했다.
외환당국자들은 국민연금 환헤지와 관련한 전망이 너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헤지에 대한 개시 중단 시점 의사결정 방식이 너무 투명해서 한방향으로 쏠리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패를 까놓고 게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1,470원대~1,480원대에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던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시점과 관련해 기계적으로 발동되는 환헤지가 아니라 모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내년말까지 1년 연장했고, 국민연금도 올해말 종료 예정이던 전략적 환헤지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서학개미 해외주식 ‘매수 열풍’
올해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을 좌우한 가장 큰 흐름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였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폭풍 매수를 부르면서 환율을 떠받쳤다.
때마침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투자가 각광을 받은 것도 이같은 주식투자 행렬을 부채질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지난 1월부터 12월 16일까지 결제금액 기준 약 326억1천만달러 순매수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지난 10월에는 68억달러대, 11월에는 59억달러대 순매수를 기록한 후 12월 들어 20억달러대로 약간 감소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지난 5월과 6월에 순매도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올해 내내 이어졌다.
이는 한때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의 4배 이상이 될 정도로 압도적인 양상을 보였다.
서학개미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매수라는 새로운 수급 변화는 1,400원대 달러-원 환율에 큰 축이 됐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증권사도 포함했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증권사의 해외투자 투자자 설명 의무, 위험 고지의 적정성,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기는 마케팅 관행을 내년 1월까지 점검하기로 했다.
◇기재부·한은, 1년 6개월만의 구두개입
올해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외환당국은 1년 6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지난 10월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원 환율이 1,430원선을 넘나들던 시점이었다.
외환당국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달러-원 환율은 10월이 끝날 때까지는 1,430원~1,440원대에서 머물렀다.
다만, 외환당국 구두개입 이후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대내외 여건이 지속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매파적 스탠스를 보인데다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관련 협상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추석 연휴를 지나는 동안 일본에서 아베노믹스를 따라 경기 부양을 추구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당시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엔화 약세, 달러 강세가 불거졌다.
◇대미투자 3천500억달러, ‘미국으로 나가는 돈’ 부담
한미 관세협상과 함께 등장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의는 서울환시 달러 매수 심리를 크게 자극했던 요인이었다.
미국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돈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매수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외환시장은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9월 내내 협상은 교착 상태를 이어갔다.
10월 추석연휴를 즈음해 공동 구두개입까지 나오면서 겨우 누그러졌던 달러-원 환율 상승세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할 경우 환율이 100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미 투자는 선불이라며, 심지어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외환당국은 대미투자를 연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할 경우 외환시장 영향이 중립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10월 말이 돼서야 대미투자 협상은 3천500억달러 중 2천억달러만 현금 투자로, 연간 투자는 200억달러 한도로 마무리됐다.
특히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11월 14일 발표된 한미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외환시장 안정’합의를 명문화했다.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연 200억달러 한도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밝힘으로써 대미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은 일단락됐다.
◇한미 환율협상, ‘외환시장 안정’ 포함…통화스와프는 불발
한미 환율 협상은 ‘7월 패키지’로 지칭하던 한미 통상 협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재무장관이 만나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외환시장 안정에 대해서도 공감했던 계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미일 환율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환율 협상에 특히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 협상과 대미투자 논란 속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이라 한미 환율 협상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요청은 대미 협상 과정에서 계속 언급됐지만 우리 정부는 통화스와프 없이 연간 최대 200억달러 투자로 협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잠재우는 차원에서도 환율 협상 내용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27일에 한미 환율 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10월 1일에 한국과 미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이 담긴 환율 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효과적인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또 연기금과 같은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위험조정과 투자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경쟁적인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모니터링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청해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 외환당국, 국민연금과 4자 협의체 구성…수출기업·증권사도 소집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려는 것이다.
지난 11월 24일 첫 회의를 열었고, 이후 정부는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의 조화를 위한 뉴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외환당국은 또 서울외환시장협의회(외시협) 소속 9개 증권사를 소집해 통합증거금 제도 내의 환전 관행을 점검했다.
장 초반 달러 매수가 집중되는 구조와 이로 인해 고객에게 불리한 환율이 전가되는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아울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 반도체 기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선사 등도 소집했다.
이들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 등을 점검하고, 정책금융 등 기업지원 수단과 연계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내년부터 서울 외환시장은 24시간 거래 체제로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과제로 서울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시기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로드맵을 통해 나올 예정이다.
외국인의 원화거래 불편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MSCI가 역외에서 활성화된, 인수도 가능한 외환시장을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다.
작년 7월 새벽 2시까지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외국 금융기관을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로 등록해 국내 외환시장 참여을 허용해왔으나 여전히 접근성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런던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 소재 투자자들까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정부는 또한 거래시간을 24시간 연장했을 때 충분한 거래량을 확보하고자 외국인이 역외에서 원화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 4월 美 상호관세 발효에 달러-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장중 1,487.60원까지 오르며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정식 발효되고, 미중간 관세전쟁이 격화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에는 34%의 상화관세를 부과하며 누적 104%의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엔-원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을 웃돌며 2022년 3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초 고점을 찍은 이후 달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과 관세협상에 돌입하는 등 불확실성이 일부 누그러지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서학개미의 전례없는 대미투자, 기업들의 달러화 유보 흐름 속에 3분기 이후 달러-원은 다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11월 중순 이후에는 환율이 1,470원대에서 고착화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내년 중 구축
외환당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를 도입하고, 해당 기관의 ‘24시간 실시간 총액결제(RTGS)‘를 지원하는 전용 결제망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개설한 ‘원화계좌(Nostro Account)‘를 통해 원화를 자유롭게 거래·보유·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거주자 간 원화 지급과 결제를 제도적으로 허용해, 역외에서도 원화 결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허용 대상과 범위 등을 검토한 뒤 관련 규제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결제 인프라도 대폭 손질된다. 정부는 기존 한은 금융망(BOK-Wire+)과는 별도로, 역외 원화결제 기관의 24시간 RTGS를 지원하는 전용 결제망을 내년 중 한국은행에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야간 시간대에도 원화 결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원화, 위안화 동조에서 엔화 동조로
올해의 원화는 기존의 위안화 동조에서 엔화와 동조가 뚜렷해지는 변화를 보였다.
그동안 달러-원은 중국과의 높은 경제 의존도를 반영해 달러-위안(CNH)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달라진 대미 관세협상 구도, 중국의 위안화 관리 강화, 한중 무역 의존도 축소 등으로 위안화와 동조성은 약해졌다.
대신 관세협상으로 인한 대규모 대미 투자,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수출 비중과 핵심품목의 높은 수출 경합도,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한 순대외채권국 등이라는 공통점이 맞물리며 원화는 엔화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은 대외순자산(NFA) 비율 상승으로 나타나며 일본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NFA 비율은 지난 2023년만 해도 26%에 불과했으나 올해 50%를 넘었으며, 일본은 70% 수준에 달한다.
2024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노요빈 기자 = 2024년 서울외환시장은 그야말로 격동의 1년을 보냈다.
1년 내내 대형 이벤트들이 끊이지 않으면 달러-원이 상승함에 따라 고점에 고점을 경신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환율 안정화에 대한 기대가 일었지만, 달러-원은 오히려 1,400원을 웃돌았고, 최근에는 1,450원대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과 이어진 탄핵정국은 1,400원 위쪽에서도 환율을 숨 가쁘게 위쪽으로 몰아붙였다.
‘비상’이 걸린 환율에 당국도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4월에는 2년 만에 외환당국 국장급 구두개입이 나왔고,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거래 한도도 두차례나 확대했다. 비상계엄 이후로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시장 심리 안정에 주력했다.
지난 7월부터 외환시장 선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외환시장은 처음으로 새벽 2시까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올해 서울 외환시장을 움직임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1,400원대 환율에 외환당국 ‘분주’…한미일 외환 공조까지
올해 달러-원 환율은 역대 네 번째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전까지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등 위기 상황뿐이었다.
환율이 가파른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외환당국은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 4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년 만에 국장급 성명 구두개입을 내놓았다.
양 기관은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것과 관련해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외환시장 개입은 한일과 한미일 국제적 공조로 확대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양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사상 처음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도 열렸다. 3국 재무장관은 공동 선언문 발표를 통해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에 대한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는 한국과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을 미국이 용인하는 의미로 해석됐고, 역내 달러 매수 심리를 진정하는 계기가 됐다.
◇ 지정학 위기 상시화…중동 불안에 러·우 장기화까지
글로벌 지정학 위기도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연초부터 중동 분쟁은 격화했다. 작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이란과 주변국으로 확전 양상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의 본토를 겨냥한 공방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양측은 대리전 체제가 아닌 직접 무력 충돌에 나서면서 안전선호 심리를 고조시켰다.
또한 이란의 정유시설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면서 유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내 파급력은 컸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달러-원을 1,400원에 올려둔 배경 중 하나였다.
중동 정세를 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했다.
최근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전쟁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 엔 캐리 충격…코스피 사상 최대 낙폭
올해는 원화만큼 엔화 움직임이 급격했던 한 해로 기억된다.
일본은행(BOJ)은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지난 3월과 7월에 각각 금리를 인상하며 단기 정책 금리는 0.25%로 상승했다.
깜짝 금리 인상 이후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지난 7월 달러-엔 환율은 162엔을 고점으로 빠르게 하락하면서 8월 150엔을 지나 9월 139엔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BOJ가 유동성 축소에 나서면서 엔화 매수(롱) 심리에 불이 붙었다.
오랜 기간 저금리 통화로 인식된 엔화의 강세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있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엔 캐리 청산은 주요국 증시를 크게 휘청이게 했다.
그 당시(8월 5일) 코스피도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급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하락 폭으론 사상 최대 규모이며, 하락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였다.
이러한 증시 급락은 원화가 엔화 반등에도 강세를 따라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 국민연금 환 헤지 계속…당국과 외환스와프 한도 확대
국민연금은 고환율 국면에서 환 헤지 기조가 3년 차를 맞았다.
국내 외환시장의 ‘큰손’ 연금의 헤지 정책은 시장에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달러-원이 1,400원을 터치할 때 연금의 대규모 전략적 헤지 가능성은 추가적인 환율 상승 쏠림을 막는 역할을 했다.
연금은 재량적인 전술적 헤지(5%)와 환율이 특정 수준을 돌파할 경우 발동하는 전략적 헤지(10%) 등 해외 투자자산의 최대 15%까지 환 헤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연금은 당국과 외환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100억 달러 한도로 시작해 작년 350억 달러, 올해 500억 달러로 증액했다.
내년에 양 기관은 650억 달러로 한도를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연금의 헤지 정책은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와 함께 과도한 환율 상승 압력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증권사 일반환전 인가…키움·신한 등 속속 합류
올해 외환시장은 제도 개편 측면에서도 진전을 이뤄냈다.
증권사가 최초 일반환전 자격 인가를 획득했다. 일반환전이란 개인의 여행이나 유학 및 기업의 수출입 용도의 환전을 말한다.
증권사는 그동안 일반환전을 제외한 투자 목적의 환전 업무만 가능했다.
다만 작년 외환당국이 업권별 업무규제를 폐지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중심으로 정해진 요건을 충족한다면 일반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국의 신속한 규정 개정과 시장과 소통을 거쳐 지난 6월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신한투자증권이 일반환전 인가를 받았다. 현재도 다수의 증권사가 일반환전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에 한정된 외환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금융기관의 외환 부문 경쟁력 강화부터 소비자의 선택권 및 편익 확대라는 기대효과가 예상된다.
◇ 새벽 2시까지 연장거래 개시…유동성은 과제로
서울 외환시장은 7월 1일부터 거래시간을 기존에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3시 30분에 마감하던 것을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외국환 은행과 증권사 딜링룸에는 세일즈와 FX딜러가 새벽까지 달러-원 현물환과 FX스와프 거래를 이어갔다.
2023년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1년 5개월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앞서 2개월여 동안 여러 차례 시범 거래를 통해 시스템을 점검한 덕분에 야간 거래는 순조롭게 안착했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들도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우리 외환시장 거래에 발을 담갔다.
거래시간이 확대되면서 시행 첫 달인 지난 7월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전년동월대비 10.7% 늘었고, 지난 5년 평균 대비로는 37.4%나 증가했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야간 시간대의 유동성 부족과 RFI의 참여 활성화는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8월 외환건전성협의회(외건협)을 통해 야간거래 유동성 확대를 위한 보완책을 일부 발표했고, 지난 19일 의결한 추가 대책을 연말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 WGBI 편입 결정…외환시장 선진화 첫 성과
지난 10월 9일 우리나라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 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 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지 딱 2년 만에 4수 끝에 편입에 성공하게 됐다.
실제로 지수에 반영되는 것은 내년 11월이다.
WGBI 편입에는 외환시장 선진화가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번번이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편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외 개방을 비롯한 당국의 제도 개선을 통해 요건을 충족했다.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외국금융기관(RFI)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WGBI 편입에 감개무량하다면서 외환시장 구조개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을 계기로 75조원 이상의 안정적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환시장에서는 WGBI 편입과 함께 국고채에 신규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 연장시간대 RFI를 경유한 거래로 이어지며 야간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트럼프 재선…관세·美우선주의 그림자
달러-원 환율은 지난 11월 초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1,400원 선을 돌파했다.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으며,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했다.
트럼프는 모든 교역상대국에 10%의 보편관세, 중국에 대해서는 60% 고율관세 부과를 일찌감치 천명했다.
다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 경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트럼프 집권으로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가 핵심 공격 대상으로 삼은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에 더해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져 강달러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發 달러화 강세는 스콧 베센트가 미국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일부 누그러지기도 했다.
베센트는 재정적자 축소를 주장하는 재정 매파이자 강달러를 선호하는 미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공격적인 트럼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소용돌이…대외신인도 도마위
12월 외환시장은 ‘격동의 정점’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도마 위에 올랐고,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를 팔았다.
비상계엄이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로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지만 1차 탄핵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되면서 정치 불안의 시계가 길어졌다.
달러-원은 비상계엄 당일 한때 1,442원까지 치솟았으며, 1차 탄핵안 부결 이후 첫 거래에서는 약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그마저도 당국의 미세조정이 추가 상승을 막은 덕분이었다.
대통령 2차 탄핵안이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음에도 달러-원은 기대만큼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인 데다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 경제여건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내년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다만 탄핵 정국 이후에도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계엄 전날인 지난 2일 5년물 CDS 프리미엄은 34.08bp 수준에서 계엄과 함께 36.94bp로 올랐다. 19일 기준 36.96bp를 나타냈다.
◇ 금리 인하 멈추겠다는 연준…달러-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지난 19일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음에도 내년부터는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화가 강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는 108선을 웃돌며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고,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단 2차례의 금리 인하만 예상했다. 지난 9월에 4차례 인하를 예상했던 것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와 연준 간의 정책금리 행보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향후 원화에 부정적 여파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11월 2차례 회의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백투백’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잇달아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1년과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동결을 예상한 시장 참가자들에게 트럼프의 재집권과 공화당의 레드스윕에 따른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깜짝’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둔화에다 수출 둔화 신호가 가시화한 것 역시 한은의 경계감을 키운 대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발언에서 올해 성장률이 기존 예상했던 2.2%보다 0.1%포인트가량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성장률은 당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가량의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처방으로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에 빠르게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2023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노요빈 기자 = 2023년 서울외환시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 속에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예상만큼 하락하지 못했다.
달러-원 환율은 ‘상고하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하반기에도 1,300원대를 웃도는 환율이 지속되면서 과거 평균보다 높은 ‘고환율’이 유지됐다.
지난 10월에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서는 등 금리 급등세와 함께 시장 불안이 커져, 달러-원 환율은 1,360원대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올해 외환시장은 전년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초인 2월에는 외환당국이 그동안 미뤄왔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구조 개선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해에는 외환당국과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는 숨 가쁘게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새로운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내년 시장의 큰 변화를 앞두고 올해 외환시장을 움직인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연중 박스권 환율…작년 같은 ‘쏠림’ 없었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와 같은 급등락 장세는 연출하지 않았다.
연간으로 보면 연중 고점은 지난 10월 4일 기록한 1,363.50원이었고, 저점은 연초인 지난 2월의 1,216.40원이었다.
환율 변동 폭은 147.10원으로 지난 2022년(1,186.50원~1,444.20원)의 257.70원에 비해 110원 이상 줄었다.
저점과 고점 부근의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달러-원 환율은 대체로 1,260원~1,340원 범위에서 움직였다.
지난 10월 초 달러-원 환율은 3거래일째 연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1,360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고, 12월에는 연준의 피벗 전망이 대두되면서 환율은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장세를 나타냈다.
원화가 박스권 환율을 보인 것과 달리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초완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원화에 대해 급락했다.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11월 16일 100엔당 856.14원을 나타내 2008년 1월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 연준도 한은도 ‘고금리 장기화’…내년 피벗에 쏠리는 눈길
지난해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에도 올해 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떨어지면서 글로벌 중앙은행에는 ‘고금리 장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은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올해 1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나머지 7번의 회의에서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각각 2월과 3월, 5월, 7월 회의에서 25bp씩 모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다.
상당 기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속내를 내비쳤다.
한은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이례적 용어를 꺼내 들었고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 유기 기간이 “지금 보면 6개월보다는 더 될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지난주 FOMC 이후 내년 3월까지 상당히 앞당겨졌다.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인하 폭도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환율 불안 제한적
한은의 금리 인상은 지난 1월 3.5%로 마무리됐지만, 연준은 7월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 범위로 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최대 2%P 높아진 것으로, 금리 역전 폭은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역대 최대의 금리 차에도 환율 불안은 제한됐다.
환율은 금리 차보다는 미 국채금리의 고공행진, 즉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5%를 돌파한 것이 오히려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가 환율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며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을 밝혀온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정말 부탁드린다. 한미 금리 격차의 프레임워크(틀)에서 벗어나달라”면서 “금리 차가 1.75%P로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고 우려가 컸지만 ㄴ네경험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무역수지 16개월 만에 흑자로…수급 지형 달라질까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졌는데 이는 지난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사이 29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난 이후 27년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기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10월부터는 2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은 핵심적인 달러 공급원으로 달러-원 환율의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달러-원도 좀처럼 1,3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점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로 평가되며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수출이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특히 한국의 주력상품인 반도체 수출도 지난 11월에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외환시장 선진화 로드맵 제시…내년 7월 본격 개시
정부는 지난 2월 그간 미뤄둔 외환시장 선진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딛고 지난 70년간 유지돼온 외환시장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외국 금융기관을 비롯한 비거주자가 본인 명의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의 외환거래(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된다.
로드맵을 제시한 이후 당국과 시장 모두 잰걸음으로 새롭게 바뀔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거래플랫폼(AP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거래시간 연장에 대비해 나이트 데스크를 세우기 시작했으며, 내년 초를 기점으로 딜링룸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참여를 원하는 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등록도 받기 시작했다. 이달 초 기준 두 자릿수의 기관의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 환 헤지 지속…외환당국 스와프 지원 계속
국내 외환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은 환 헤지를 지속했다.
연금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환당국과 외환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연말까지 350억 달러 한도로 진행해 작년의 100억 달러보다 계약 기간과 규모가 확대했다.
스와프 계약을 사용하는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작년에 체결한 기존 스와프 계약의 만기가 도래할 때 롤오버(만기 연장)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양 기관은 스와프 계약을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여전히 달러-원 환율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 1,300원대에 머물러 향후 환율 하락에 따른 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으로 전해졌다.
연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 환 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연장했다. 이로써 연금은 필요시 당국과 스와프 계약을 통해 환 헤지를 한층 유연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중 탄탄한 FX스와프 시장, 달러보다 원화가 귀해
외화자금시장은 예년보다 견조한 흐름으로 눈에 띄었다.
예상보다 강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축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내외 금리차를 반영한 수준에서 스와프 시장 충격은 제한됐다.
1년물 스와프포인트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도 마이너스(-) 30원 선을, 6개월물은 -16원대를 저점으로 지지력을 받았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미국과 중국의 신용등급 강등, 중동 내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불안 요인에도 무사히 지나갔다.
계절적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분기 말과 반기 말에는 오히려 원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 나타났다.
국내 은행은 풍부한 외화예금 등으로 유동성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43.3%로 규제 비율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 시중은행 FX 야간데스크 박차…시범 운영 속 인력 부족 우려
올해 하반기 외환(FX) 딜링룸 과제는 외환시장 선진화였다.
특히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야간데스크 운영을 위한 채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은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된다. 늘어난 시간만큼 딜링룸 인력 충원은 불가피하다.
먼저 준비 속도가 빠른 곳은 야간데스크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주 단위로 야간 시간에 근무 인원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딜링룸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또한 전자거래플랫폼(API)을 전담하는 팀을 통해 기존부터 24시간 거래 체계를 운영하는 은행도 있었다.
시중은행들은 딜링룸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연말 정기 인사에 맞춰 인력 충원을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충원 여부는 미지수다. 내년 하반기까지 인력 확보와 노력과 우려는 공존할 걸로 보인다.
◇ 시장 관행 개선…초이스거래 근절·선도은행 개편도
내년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거래 질서도 한층 강화한다.
시장교란 행위로 논란이 된 초이스거래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표적이다.
외환당국은 초이스 거래와 종가 집중매매 등을 점검해 글로벌 거래 양식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개선할 뜻을 밝혔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참여에 앞서 시장 전반에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산하에 자율규제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회는 시장 참가자들로 구성해 이상거래 여부를 판단한다. 또 사안에 따라 당국에 보고하는 등 역할을 맡게 된다.
선도은행(FX Leading Bank) 제도도 전격 개편했다.
단순하게 양방향 현물환 거래량으로 선정하는 평가 제도가 초이스거래에 일부 기여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거래량 산정 기준을 전격 재조정했다.
별도 유예기간 없이 내년 선도은행 선정에 변경된 기준을 적용해 소급 적용이란 지적에도 선도은행 역할에 시장 질서와 조성 의무를 강화했다.
이는 시장 관행을 개선하고 시장 조성 의무를 부여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해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증권사 일반환전 잰걸음…후속 제도 정비는 과제
금융투자업계는 일반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기존에 초대형 투자은행(IB)에만 허용된 수출입 기업의 판매대금 등에 대한 외환 업무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곳을 넘어 15곳으로 확대됐다.
유학이나 여행 등 일반 목적의 개인 환전 업무는 처음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증권사는 투자 목적으로 환전 업무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으로 일반환전은 법적으로 허용됐다.
다만 후속 제도 정비가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 내부통제 관련한 세부 요건이나 실제 환전 시 계정 간 거래 문제에 막혀 실제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나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대상의 일반환전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한다. 이를 위해 송금 한도 확대나 현찰 수령 문제는 향후 개선 과제로 꼽힌다.
2022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노요빈 기자 = 2022년 서울외환시장은 고물가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및 달러 초강세와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원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는 위기를 경험했다.
오랜 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은 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기만을 학수고대했지만, 물가 정점 기대는 번번이 좌절됐고 달러-원은 치솟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달러-원 상승의 ‘원흉’으로 뭇매를 맞은 끝에 결국 환헤지 전략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연말에 가까워서는 미국 물가 상승세 둔화에 달러가 힘을 잃고, 국민연금 환헤지 등 외환당국의 정책적 시도까지 가세하면서 달러-원은 1,300원선 부근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
달러-원의 급등으로 외환당국이 연내 발표를 공언했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연합인포맥스는 외환시장을 움직인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올해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돌변한 연준의 ‘자이언트’
올해 달러-원은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한 연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연준은 지난해 말까지도 고물가가 ‘일시적 현상’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돌변하며 ‘안면몰수’ 금리 인상에 나섰다. 연준은 0.0%~0.25%이던 기준금리를 12월말 4.25%~4.5%까지 급격하게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도 단행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달러지수는 연초 95 부근이던 데서 9월말 114.87까지 치솟았다.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들은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고, 원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 빅스텝(50bp)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에 속도를 냈지만, 연준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달러-원은 1,190원선 부근에서 올해 거래를 시작했지만, 1,300원과 1,400원선을 차례로 돌파한 이후 10월 말에는 1,444.2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 달러-원이 이 정도로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다만 10월부터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 기대가 제기되면서 달러도 상승폭을 반납했고, 달러-원도 1,300원 부근으로 레벨을 낮췄다.
◇설마 침공할 줄이야…우크라戰 물가 쇼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서울 환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러시아가 ‘설마’ 하는 예상을 깨고 우크라를 전격 침공했다.
러시아가 간단하게 우크라를 점령할 것이란 전망도 크게 빗나갔다. 국제사회의 무기 지원을 바탕으로 한 우크라의 강경한 방어로 2월 시작된 전쟁은 아직도 끝을 모르게 이어지는 중이다.
서방은 러시아에 강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등 ‘에너지 무기화’로 맞섰다.
예기치 못했던 러시아의 침공과 장기화한 전황으로 인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이는 글로벌 물가 상승률에 기름을 부였다. 이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초강경 금리 인상에 단초를 제공하며 달러-원 상승을 초발했다.
◇물가·물가·물가…반복된 ‘정점 기대’ 좌절
올해 서울환시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기대와 좌절’로 점철된 한 해이기도 하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만성화된 저물가와 초저금리에 익숙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소비자물가지표 발표나 FOMC 때마다 물가가 정점을 지나고, 연준 등의 긴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의 이런 기대는 매번 빗나갔고, 그럴 때마다 달러-원도 한 단계씩 레벨을 높였다.
지난 8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대표적이다. 파월은 잔존하는 연준의 ‘피벗’ 기대를 완전히 꺾으놓으려 작정한 듯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지속할 것임을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포스트 코로나…’딴 세상’ 중국도 막차
올해 대부분 주요 국가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 종이 되면서 우리나라는 봄철 이후 방역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지난해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연 미국 등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방역 완화로 소비가 큰 폭 개선되는 등 경제에도 볕이 들었다.
하지만 중국이 강건한 ‘제로 코로나’ 기조를 이어간 점은 원화에도 동반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등과 엮여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고강도 봉쇄 정책을 이어가며 전 세계의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다만 시 주석이 10월 공산당 당대회에서 연임을 확정한 이후에는 변화가 시작됐다. 당대회 이후까지도 빡빡한 봉쇄 정책이 이어지자,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반대 시위도 격화하는 등 상황이 악화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정밀 방역’ 기조를 강조하며 기존 획일적 봉쇄 정책을 일부 완화했다.
중국의 경제 재개 기대는 연말 달러-원이 1,300원대로 급락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 집중포화…환헤지 전략 수정
달러-원이 금융위기 레벨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뭇매를 맞은 점도 올해 환시의 빅이슈였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매년 해외투자를 위해 200~300억 달러씩 달러를 매수해왔다. 해외채권까지 완전 환오픈으로 전략을 변경한 데다 해외투자 비중도 꾸준히 확대한 영향이다.
하지만 달러-원이 위기감이 들 정도로 급등하는 데도 연금이 기계적인 해외투자와 이에따른 달러 매수를 지속하자 연금 내외부에서 비판에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연금은 결국 달러-원 1,300원 부근에서부터 전술적인 환헤지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외환당국과 외환스와프를 통해 신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등 변화를 줬다. 또 이달에는 기존 0%던 환헤지 비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10%로 올리는 것으로 환헤지 전략을 수정했다.
◇이창용 총재 메시아로(?)…적중한 ‘상투론’
대내외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국은행 총재 한마디 한마디는 주목을 크게 받았다. 때로는 시장이 바라보는 달러-원 환율 눈높이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4월 취임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출입기자단과 만나, 원화 절하 폭이 달러인덱스 상승한 것이나 다른 통화에 비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엔화나 유로화 등을 비교하며 내린 원론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시 환율은 1,250원을 상향 돌파하며 급박한 순간을 보냈다. 달러 매수 세력과 당국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다소 뜬금없는 발언으로 읽혔다. 자칫 시장에 정책 대응 엇박자로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이 총재 발언은 시장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기도 했다. 환율이 1,440원대로 치솟을 때는 해외투자에 ‘상투(최고점에 매수)‘를 언급하면서 환율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간담회에서 “환율이 1∼2년 시계에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시는 것은 잘못하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본인들이 생각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환율 상승이 가파르다는 인식을 드러냈고, 환율은 1,300원대로 내려왔다. 이어 정부도 국민연금 등 주요 공적 투자기관을 향해 환헤지 비율 상향 등을 요청했다.
.◇역대급 무역수지 악화…환시 수급 지형 흔들리나
올해 무역수지는 급격히 적자로 전환하면서 달러-원 수급 지형을 뒤흔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는 이달 10일까지 474억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이자, 연간으로는 벌써 최대 적자 규모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는 국내 수출입기업의 실적이자, 역내 달러 수급 상황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보이고, 여행 등 서비스수지의 적자를 메워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수출은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부진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약화했고, 최대 교역국인 대중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러·우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급증했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출 둔화가 지속하면, 달러-원 하락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액 감소가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및 반도체 경기 위축 등은 수출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달러보다 귀해진 원화…FX스와프 이상강세
통상 연말이면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모습이 올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원화 조달하는 비용이 커지는 등 외화자금시장 여건은 180도 달라졌다.
단기 FX(외환) 스와프포인트는 때아닌 상승세를 보였다. 한·미 정책 금리 역전에도 초단기물은 장기간 플러스(+)를 나타냈다. 1개월물은 마이너스(-) 폭을 0.10원까지 축소해 장·단기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그 배경에는 주요 은행권의 선제적인 달러 확보 노력이 있었다. 올해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예상되면서 유동성 경색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원화 자금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 얼어붙었다. 상대적인 원화 부족으로 달러 잉여 현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레고랜드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반에 불안감으로 번지며 원화 조달 여건을 악화했다.
◇점심도 잊은 외환당국…역대급 실개입도
연중 달러-원 환율이 시시각각 급변하면서 외환당국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히 공조해 과감한 정책 대응을 보였다.
환율이 수십 원씩 급등하는 날이 잦아지면서, 당국은 역대급 실개입을 단행했다.
올해 2분기(4~6월) 중 당국에서 환시 안정화를 위해 순매도한 규모는 집계 이래 최대 규모인 154억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내역은 오는 12월 말에 나온다.
실개입 규모만큼이나 당국의 개입 방식도 변화무쌍했다.
특정 레벨을 방어하지 않고, 변동성 상황에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이 주를 이뤘다. 다만 장 막판에 종가 개입을 통해 효율적으로 레벨 상승 속도를 제어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락 폭탄’이라고 불린 과거 방식처럼 장이 얇은 점심시간에 대규모 개입에 나서면서 명확한 시장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지원해 시장에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FX(외환) 스와프를 체결해 시장에서 달러 조달 부담을 경감했다.
이러한 실개입을 비롯한 환율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점심마저 도시락 등으로 해결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인 걸로 전해졌다.
◇늦어진 환시 선진화…내년엔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국에서 추진하는 환시 선진화 정책은 일정 부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3분기 중으로 공개하기로 한 발표 일정은 잠정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당국은 시장과의 약속인 만큼, 내년 초에는 구체적 안을 발표할 것이란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재부는 그간 서울환시에서 현물환 거래 시간을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해외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근거나 방식 등도 논의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는 ‘신 외환법’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자본거래의 사전신고 폐지 및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으로 꼽힌다. 내년에는 법문 개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외환시장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도입도 본격화했다. 이미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이 API 거래가 가능한 가운데 내년 초를 목표로 대대적인 API 출범을 예고한 곳도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강수지 기자 = 2021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탔다.
한국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빠르게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초 고물가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전환도 가시화하면서 원화에 별다른 강세 압력을 가하지 못했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가 연초 3,000선을 돌파하며 새 시대를 열었지만, 외국인 자금의 꾸준한 유출 속에 이후에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점도 달러-원을 상승 우호적으로 만든 요인이다.
국민연금의 막대한 달러 매수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주식 매수도 핵심 수급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환시에서는 제도적으로 중요한 변화도 결정됐다. 장기간 논의 끝에 대고객 전자거래 도입을 확정했다. 또 내년부터는 달러-원 선도은행을 지정키로 했다.
◇백신 vs 바이러스…끝나지 않는 전쟁
외환딜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눈을 뗄 수 없었다.
고대하던 백신이 공급되면서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델타부터 오미크론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변이 바이러스로 시장의 변동성도 지속했다.
국내에서는 상반기 백신 보급 차질 문제가 부각되면서 달러-원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냈고, 11월에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신규 감염 및 중증 환자 증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 등이 겹치며 연말에는 거리두기가 또다시 강화됐다.
지난해와 같은 큰 시장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외환딜러들은 새해에도 한동안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나오는 변이의 치명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이는 점과 치료제도 속속 개발되는 것은 희망스러운 요인이다.
◇치고 나간 한은…선제 금리 정상화 돌입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금리 인상은 올해 달러-원 및 스와프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호를 내놓았고, 이주열 총재가 6월 창립기념사를 통해 ‘정상화’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금리 인상의 기치를 들었다.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완화 기조의 지속을 외치던 시점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들고나온 한은을 두고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금리 인상 의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은은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처음 올리고 11월에도 1%로 금리를 더 끌어 올렸다. 그사이 끊임없이 쏟아진 한은의 매파적 발언에 국채 3년물 금리는 한때 2%를 훌쩍 넘어 폭등하기도 했다.
금리 급등에 3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수준이던 외환 스와프포인트는 1년 물 기준 8원 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11월 금리 인상 이후에는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한은이 다소 신중한 메시지를 내면서 스와프포인트도 하락 흐름을 탔다.
◇초인플레와 연준의 변심
연준의 변심은 연말 글로벌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연준은 올해 내내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방침을 유지했지만, 역대급 물가 압력에 투항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에는 6.8%로 약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시적 인플레 진단을 폐기하고 정책 전환에 나섰다. 연준은 내년 3월에 테이퍼링을 종료하기로 했으며, 이와 동시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내년 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고, 하반기에는 양적긴축(QT)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의 긴축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자 달러도 강세 탄력을 더했다. 11월 FOMC 이전 93수준이던 달러 인덱스는 96수준으로 올라섰다. 달러-원도 연말 거래 범위를 1,180원 선 중심으로 올렸다.
◇바이든 시대 개막…미·중 톤다운에도 긴장 여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과 바이든 취임은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을 달궜다. 1월 말 취임 이후 100일 동안 S&P500 지수는 10% 넘게 오르며 대공항 시기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최고 성과를 냈다.
다만 이 기간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달러-원도 상승 흐름을 탔다.
중국과의 관계도 핵심 관심사였다. 바이든이 직접적인 중국 때리기보다 동맹 결속을 통한 압박을 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시기와 비교해 양국 갈등이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많다. 미·중 1차 무역협정에서 약속한 중국의 미국제품 수입 확대 등은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양국 관계는 대만 문제 등을 두고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등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코스피 3,000 시대…뒷심은 부족
국내 증시에서도 올해 코스피 3,000시대 신기원이 열렸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상승 탄력을 이어가 연초 단숨에 3,000선을 넘었다. 코스피는 상반기까지는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도 차츰 고점을 높여 7월 초 3,300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코스피는 이후 급락을 반복하며 3,000선을 내줬다.
등락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뉴욕 증시와는 동떨어진 움직임이었다. 결국 상반기 1,120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던 달러-원은 하반기 1,180원 중심으로 거래 레벨을 올렸다.
◇환시, 슈퍼고래 국민연금에 서학개미 가세
올해 수급면에서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린 주역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해외투자 수요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수요 등이다. 수출호조 등으로 거주자외화예금이 사상 처음 1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수급상 하방 압력에도 연기금과 기업, 개인의 해외투자가 늘며 이를 상쇄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약 35조 원을 해외주식과 채권에 순투자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당 부분이 해외투자인 대체투자도 올해 약 18조 원 순증이었다. 내년에는 해외 주식·채권에서 약 41조 원, 대체투자 8조 원가량 순투자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이는 서울 환시에서 달러 매수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기준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는 약 59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억 달러 더 많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도 달러-원 환율에 상방 요인이다.
◇국내증시 외면한 외국인…채권으론 봇물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8조 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강타한 지난해에 24조 원가량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 11월에 이미 작년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외국인이 셀코리아에 나서는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테이퍼링 개시 및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 및 원화 약세 등이 꼽힌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 및 헝다그룹 이슈 등도 덩달아 국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타 신흥국 대비 한국 증시에서 유독 외국인 이탈이 크게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기 모멘텀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에 한국시장 비중을 축소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채권은 연중 내내 순투자 흐름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208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공자금과 민간자금 모두 순유입을 지속했다. 한국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원화채 금리가 동일 신용등급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 먼저, 더 빠르게 움직였던 달러-원 환율…10월 1,200원 진입 시도
한편, 올해 달러-원 환율은 변동성 국면에서 다른 통화보다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지난 9월 초만 해도 1,150원대 중반에 머물던 달러-원 환율은 연준의 테이퍼링 기대가 점증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10월 12일 1,200원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7월 24일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은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었던 날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11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있었지만, 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이 이내 1,200원 아래로 내려오며 과도한 상승세가 진정되긴 했지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주요 통화보다 더 큰 절하율을 나타내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헝다 파산 위기에도 위안 초강세…달러·위안화 디커플링
한편, 올해 하반기는 주요 자산과 주요 통화들이 각자의 변수에 따라 움직이며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국 부동산업체인 헝다 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했지만, 위안화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9일 밤 중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9%로 상향 조정하는 등 위안화 추가 절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위안화 강세 흐름을 꺾진 못했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6%가량 급등했다.
위안화 강세 이유로는 중국 수출 호조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자산 투자에 따른 풍부한 달러 유동성,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당국의 유동성 공급 의지 확인 등이 꼽혔다.
반면, 달러화는 올해 하반기 들어 꾸준히 강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연준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내년 3회 금리인상을 예고한 이후에는 오히려 강세폭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이 그동안 연준의 긴축 행보를 예상하고 미리 반영해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자거래(API) 기반 다진다…선도은행 제도 도입
한편,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내년 서울 환시에서 전자거래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2020년
◇환시, 슈퍼고래 국민연금에 서학개미 가세
올해 수급면에서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린 주역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해외투자 수요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수요 등이다. 수출호조 등으로 거주자외화예금이 사상 처음 1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수급상 하방 압력에도 연기금과 기업, 개인의 해외투자가 늘며 이를 상쇄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약 35조 원을 해외주식과 채권에 순투자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당 부분이 해외투자인 대체투자도 올해 약 18조 원 순증이었다. 내년에는 해외 주식·채권에서 약 41조 원, 대체투자 8조 원가량 순투자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이는 서울 환시에서 달러 매수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기준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는 약 59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억 달러 더 많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도 달러-원 환율에 상방 요인이다.
◇국내증시 외면한 외국인…채권으론 봇물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8조 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강타한 지난해에 24조 원가량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 11월에 이미 작년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외국인이 셀코리아에 나서는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테이퍼링 개시 및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 및 원화 약세 등이 꼽힌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 및 헝다그룹 이슈 등도 덩달아 국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타 신흥국 대비 한국 증시에서 유독 외국인 이탈이 크게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기 모멘텀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에 한국시장 비중을 축소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채권은 연중 내내 순투자 흐름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208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공자금과 민간자금 모두 순유입을 지속했다. 한국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원화채 금리가 동일 신용등급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 먼저, 더 빠르게 움직였던 달러-원 환율…10월 1,200원 진입 시도
한편, 올해 달러-원 환율은 변동성 국면에서 다른 통화보다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지난 9월 초만 해도 1,150원대 중반에 머물던 달러-원 환율은 연준의 테이퍼링 기대가 점증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10월 12일 1,200원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7월 24일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은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었던 날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11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있었지만, 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이 이내 1,200원 아래로 내려오며 과도한 상승세가 진정되긴 했지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주요 통화보다 더 큰 절하율을 나타내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헝다 파산 위기에도 위안 초강세…달러·위안화 디커플링
한편, 올해 하반기는 주요 자산과 주요 통화들이 각자의 변수에 따라 움직이며 디커플링이 심화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국 부동산업체인 헝다 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했지만, 위안화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9일 밤 중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9%로 상향 조정하는 등 위안화 추가 절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위안화 강세 흐름을 꺾진 못했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6%가량 급등했다.
위안화 강세 이유로는 중국 수출 호조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자산 투자에 따른 풍부한 달러 유동성,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당국의 유동성 공급 의지 확인 등이 꼽혔다.
반면, 달러화는 올해 하반기 들어 꾸준히 강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연준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내년 3회 금리인상을 예고한 이후에는 오히려 강세폭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이 그동안 연준의 긴축 행보를 예상하고 미리 반영해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자거래(API) 기반 다진다…선도은행 제도 도입
한편,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내년 서울 환시에서 전자거래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위안화 초강세
올해 서울외환시장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위안화 초강세였다.
위안화는 지난해 10년 만에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에 진입하며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돼 급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중국 경제의 비교적 빠른 회복,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자본으로 대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안화의 초강세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등 일부 IB들은 내년 위안화가 10% 추가 절상돼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6위안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강세는 특별히 더 큰 의미를 가졌다.
특히, 원화가 위안화에 그대로 연동되며 위안화 ‘프록시(proxy)’ 통화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수의 외환 당국자가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및 글로벌 달러 약세
하반기 외환시장을 뒤흔든 이슈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수년간 유지되어 왔던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약세로 대전환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이 예측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달러 약세 베팅을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더 큰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달러화 약세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바이든 후보자가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은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졌다.
올해 5월 100선을 넘어서 102.9까지도 올랐던 ICE 달러화 지수는 올해 12월 90선을 깨고 내려가 8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도 세계적인 완화정책 등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학 개미
서학 개미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의미한다.
지난 3월 말 코로나19로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했을 당시 주식을 싼값에 매수하려는 동학 개미가 주가를 떠받친 것처럼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대거 매수한 것이다.
올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흐름은 기존 은행, 기업이 주도하던 외환시장에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서학 개미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려 나섰고 개인이 외환시장의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한편 올해 7월 이후 달러-원 환율이 급락 추세를 나타내면서 서학 개미들은 손해를 입게 된 실정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은 물론, 미국 주식에 대한 양도세까지 지불해야 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리스크, 연초 미-이란 군사적 충돌
서울외환시장에서 지정학적 불안을 촉발하는 뉴스는 매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올해 역시 북한, 중동을 둘러싼 뉴스들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터지며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촉발하고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지정학적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달러-원 환율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에 두 자릿수 움직이며 출렁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월 8일 전해진 이란의 이라크 공군기지 공습 소식에 달러-원 환율은 장중 13원 가까이 급등하며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4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달러-원 환율이 요동쳤던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4월 21일 미국 CNN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한 상태’라고 보도하자 다음 날 달러-원 환율은 20원 가까이 튀어 오르며 대외 헤드라인에 여전히 민감한 서울환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중 무역분쟁
한편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주목받으며 서울외환시장에서도 가장 큰 화두였던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는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2019년 12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올 한해는 양국의 갈등이 다시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아서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1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부터 제외했다. 또 중국은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이어갔다.
다만, 양국이 갈등이 파탄은 벗어났으나 여전히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중국의 경제가 멈춰서다시피 하면서 중국은 미국에 약속한 구매 약속을 절반 정도밖에 이행하지 못했고, 양국의 갈등이 통상 영역을 벗어나 기술, 안보, 군사, 인권, 홍콩 등 전 영역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발발을 둘러싼 책임론으로 양국의 갈등이 악화할 수 있고, 바이든 당선자가 펼칠 대중 정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은 내년에도 금융시장 및 서울외환시장에 도사린 대형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위안화 초강세
올해 서울외환시장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위안화 초강세였다.
위안화는 지난해 10년 만에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에 진입하며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돼 급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중국 경제의 비교적 빠른 회복,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자본으로 대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안화의 초강세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등 일부 IB들은 내년 위안화가 10% 추가 절상돼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6위안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강세는 특별히 더 큰 의미를 가졌다.
특히, 원화가 위안화에 그대로 연동되며 위안화 ‘프록시(proxy)’ 통화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수의 외환 당국자가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및 글로벌 달러 약세
하반기 외환시장을 뒤흔든 이슈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수년간 유지되어 왔던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약세로 대전환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이 예측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달러 약세 베팅을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더 큰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달러화 약세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바이든 후보자가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은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졌다.
올해 5월 100선을 넘어서 102.9까지도 올랐던 ICE 달러화 지수는 올해 12월 90선을 깨고 내려가 8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도 세계적인 완화정책 등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학 개미
서학 개미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의미한다.
지난 3월 말 코로나19로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했을 당시 주식을 싼값에 매수하려는 동학 개미가 주가를 떠받친 것처럼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대거 매수한 것이다.
올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흐름은 기존 은행, 기업이 주도하던 외환시장에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서학 개미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려 나섰고 개인이 외환시장의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한편 올해 7월 이후 달러-원 환율이 급락 추세를 나타내면서 서학 개미들은 손해를 입게 된 실정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은 물론, 미국 주식에 대한 양도세까지 지불해야 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리스크, 연초 미-이란 군사적 충돌
서울외환시장에서 지정학적 불안을 촉발하는 뉴스는 매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올해 역시 북한, 중동을 둘러싼 뉴스들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터지며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촉발하고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지정학적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달러-원 환율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에 두 자릿수 움직이며 출렁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월 8일 전해진 이란의 이라크 공군기지 공습 소식에 달러-원 환율은 장중 13원 가까이 급등하며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4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달러-원 환율이 요동쳤던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4월 21일 미국 CNN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한 상태’라고 보도하자 다음 날 달러-원 환율은 20원 가까이 튀어 오르며 대외 헤드라인에 여전히 민감한 서울환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중 무역분쟁
한편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주목받으며 서울외환시장에서도 가장 큰 화두였던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는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2019년 12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올 한해는 양국의 갈등이 다시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아서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1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부터 제외했다. 또 중국은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이어갔다.
다만, 양국이 갈등이 파탄은 벗어났으나 여전히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중국의 경제가 멈춰서다시피 하면서 중국은 미국에 약속한 구매 약속을 절반 정도밖에 이행하지 못했고, 양국의 갈등이 통상 영역을 벗어나 기술, 안보, 군사, 인권, 홍콩 등 전 영역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발발을 둘러싼 책임론으로 양국의 갈등이 악화할 수 있고, 바이든 당선자가 펼칠 대중 정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은 내년에도 금융시장 및 서울외환시장에 도사린 대형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임하람 기자 = 2019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각종 뉴스 헤드라인에 민감하게 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원화가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로 지적된 가운데 대외 이슈에 따른 급등락 장세가 연출됐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무역갈등을 비롯한 홍콩 불안, 위안화, ‘포치(破七)’,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중을 둘러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8월에는 여러 대외 악재로 2년 7개월 만에 1,200원을 상향 돌파하고, 연중 1,220원대로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역성장 우려와 경제 펀더멘털 우려도 더해지며 원화의 약세 압력을 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인하했다.
◇미·중 무역갈등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 서울환시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올해 달러-원 환율이 미·중 무역갈등 헤드라인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나타내며 관련 이슈에 급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무역·통상 부분을 넘어서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까지 전파되자 파급력이 강해졌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고강도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갈등의 수위를 높여갔다.
달러-원 환율은 관세가 부과되거나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변동성을 증폭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8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홍콩 사태에 결부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달러-원 환율은 연고점인 1,220원을 돌파했다.
한편 이달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한 후 달러-원 환율은 1,160원대로 레벨을 낮춘 상태다.
◇달러-원 환율 1,200원 돌파
지난 8월 달러-원 환율은 ‘빅 피겨(big figure)‘인 1,200원을 돌파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1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었다.
당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증폭됐고 한국과 일본의 통상 갈등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원화는 대내외 악재에 가파른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빅 피겨’ 돌파에 그치지 않고 추가 상승해 올해 8월 6일 장중 1,223.00원까지 올랐다.
달러-위안 환율도 7위안을 넘어서며 급등 흐름을 보이자 달러-원 환율도 패닉 장세에 연동돼 하루에 17원 이상 치솟기도 했다.
다만 당시 외환 당국이 이를 비정상적인 급등으로 규정하면서 1,220원을 넘나드는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달러-원 환율은 약 한 달 이상 ‘빅 피겨’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다 10월 이후 1,200원 아래 레벨에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위안화 환율 동조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에 따른 원화의 위안화 동조화도 올해 달러-원 환율을 이끈 주요 요소 중에 하나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역내외 달러-위안(CNH, CNY)에 강하게 연동됐다.
미·중 이슈가 불거져 연동 강도가 높아졌을 때 달러-원 환율은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을 판박이 모양으로 따라가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8)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달러-원과 역외 달러-위안의 상관계수는 0.87수준을 나타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의 움직임은 높은 상관성을 가지게 된다.
원화가 지난 12개월을 기준으로 플러스(+)의 상관계수를 나타낸 통화는 주요 통화 중 위안화가 유일하다.
한편 원화와 위안화가 밀접한 연동성을 보이며 ‘프록시(proxy)’ 통화로서의 원화도 이슈가 됐다.
◇포치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도 올해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던 뉴스였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후 약세를 이어온 위안화는 지난 8월 10년여만에 ‘포치’를 현실화했다.
‘포치’가 현실화하자 미국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고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곧바로 이뤄지자 원화를 비롯한 글로벌 통화시장에 큰 파급력을 미쳤다.
당시 달러-원 환율은 ‘포치’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트리거로 1,200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레벨을 높여갔고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환율 영역으로 번지면서 경계감은 증폭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 위안화 환율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 1980년대 미국과 일본 간의 ‘플라자 합의’를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관련 헤드라인을 주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및 통상갈등
올해 7월부터 불거졌던 한국과 일본 간의 통상갈등도 외환시장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이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자국 수출 절차 우대국인 백색 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 국내 산업이 화이트리스트 명단 배제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도 일본이 거부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갈등의 수위는 높아졌다.
일본 이슈는 당시 최악으로 치달은 미·중 무역갈등 이슈에 더해져 달러-원 환율을 1,200원 이상으로 치솟게 하는 대외 악재가 됐다.
일본과의 통상 갈등 이슈는 올해 중장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한 재료였다.
일본과의 갈등은 약 반년간 지속 후 극적으로 타결됐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시점을 불과 6시간 남기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韓 1분기 성장률 쇼크 및 반도체 수출 부진 지속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보다 앞서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졌지만,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출과 설비·건설투자가 감소로 전환한 가운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41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당시 달러-원 환율은 GDP 충격에 전 거래일보다 9.60원 급등하며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 GDP로 시작한 국내 경기부진 우려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더욱 심화했다. 지난해 12월 수출이 1.7% 감소한 이후 올해 11월까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외 불확실성과 더불어 국내 펀더멘털 우려까지 겹치며 올해 달러-원은 상승 우위를 나타냈다.
◇금통위, 연2회 선제적 금리 인하
지난 7월과 10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인하하면 올해 두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기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후행하던 입장과 달리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한은이 인하에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됐다. 지난 7월 전향적인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금리 결정 이후 당국의 개입 경계로 롱스탑 물량이 쏟아지며 달러-원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10월 금리 인하 당시에도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가운데 추가 정책 여력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달러-원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했지만, 파장은 크지 않았다.
◇트럼프 약달러 정책 및 연준의 금리 인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압박에 나서면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가운데 미국 연준도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7월과 9월, 10월에 걸쳐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여력이 다른 국가보다 많아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늘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내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문제’라거나 ‘실망시켰다’, ‘실패했다’ 등 직접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크게 대응하지 않던 파월 의장도 지난 10월에는 연준이 정치로부터 절대 독립성을 강조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내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1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동결을 시사함으로써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및 英 파운드화 흐름
올 한해는 영국의 유로존 탈퇴 이슈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은 당초 올해로 브렉시트 시한을 예정했지만, 지난 10월말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 대비 달러 환율은 1.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조기총선이 결정되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지난 12일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다소 누그러졌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축소에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파운드화는 1.35달러 수준까지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파운드화가 달러 인덱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파운드화 등락은 달러-원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파운드화 영향이 거의 없거나 일시적으로 반영되는데 그쳤다.
◇MSCI 지수 리밸런싱 및 증시 외국인 순매도
지난 11월말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앞두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거세졌다. MSCI 신흥시장 지수가 중국A주 편입 비중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리면서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국내 주식에서 빠져나가 중국 A주에 흘러들어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11월 7일부터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기 시작해 이달 5일까지 21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5조706억 원에 달했다. MSCI 리밸런싱 종료와 미중 무역협상 관련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 가운데 셀코리아 우려는 잦아들었다.
◇미중 무역 긴장과 잠정 휴전
올 한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기대에 좌지우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요 2개국(G2) 간 ‘헤게모니 전쟁’으로까지 격화돼 점차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3월 1차 대중 관세부과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의 신호탄을 쐈다. 중국도 대미 관세부과 정책을 발표하면서 맞불을 놨고 이후 미국은 중국 기업의 대미 지적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고 중국도 미국의 WTO 규정 위반을 근거로 반발했다. 무역긴장은 1년간 꾸준히 고조돼 2차 관세부과 조치도 발표됐고 긴장이 장기화하자 경기 둔화 우려와 증시 부진 등 달러-원 환율 상승을 이끄는 주요 재료가 됐다. 9월 24일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부과까지 발효됐다.
금융시장은 마침내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추가 관세부과를 보류하는 휴전에 돌입하자 즉각 안도했다. 달러-원 환율은 하루만에 10원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위안화 바라보는 원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 우려로 이어지면서 원화와 위안화 상관관계가 유난히 높은 한해였다. 위안화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한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 역할을 하는 만큼 무역 분쟁에 따라 위안화가 요동칠 때마다 달러-원 환율은 더욱 예민하게 움직였다. 지난 1년간 달러-원 환율과 달러-위안(CNH) 환율의 상관계수는 0.9 수준을 웃돌면서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상관계수가 플러스(+)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의 움직임이 같다는 의미임을 감안하면 한해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거의 위안화를 보며 거래 방향을 가늠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의 무역 압박에 중국이 환율을 무기로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 진입 가능성이 더욱 커진 한해였다. 이에 따라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發 원화 강세
올해 새해가 밝자마자 서울환시에서 ‘컨트리 리스크’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용의를 밝혔고 이후 4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급격히 약세로 기울었던 원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다.
정상회담이 있기 전 3월부터 대북 특별사절단이 회담 개최 장소와 일정을 발표하자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했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0원 이상 급락하면서 원화 강세를 반영했다. 남북 간 화해 무드에 이어 6월 싱가포르에서는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이후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꾸준히 원화 강세 재료를 보탰다.
◇외환당국 시장 개입 내역 공개 결정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시장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를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국 통화의 인위적인 절하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국가에 압박을 줬던 만큼 해당 조치는 향후 당국의 매수 개입 약화와 달러-원 하락 재료가 됐다.
5월 21일 발표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반기마다 외환시장에서 개입한 달러 순매수액을 공개하기로 했고 1년 동안 반기별 순매수액을 공개한 뒤 이후 분기별로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은 내년 3월말에 처음 공개한다. 우리나라 외환 당국은 다만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둘러싼 ‘환율 주권’ 문제 제기에는 적극 방어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전혀 별개라고 수차례 강조했고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시장 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변동성
올해 달러-원 환율 변동성은 역대급으로 낮았다. 연고점인 1,144.70원과 연저점 1054.00원 사이 변동폭은 약 91원에 그쳐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변동성을 나타낸 한 해였다. 평균 한해 달러-원 환율의 변동폭이 150원 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좁은 범위 내에서 ‘붙박이 장세’를 나타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해 신흥국 자본 이탈 우려, 브렉시트 합의 불발 가능성 등 대외 역풍이 절대 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완화됐던 한 해였다.
이러한 변동성 약화는 원화가 전형적인 신흥국 통화들과 차별화되면서 준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울환시의 체질 개선과 수급상 균형이 이뤄지면서 대외 변수에 보다 탄탄해진 셈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전형적으로 공급이 우위인 시장이었으나,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줄이고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공급과 수요 쏠림도 크지 않았던 한해였다.
2017년
◇미중 무역 긴장과 잠정 휴전
올 한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기대에 좌지우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요 2개국(G2) 간 ‘헤게모니 전쟁’으로까지 격화돼 점차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3월 1차 대중 관세부과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의 신호탄을 쐈다. 중국도 대미 관세부과 정책을 발표하면서 맞불을 놨고 이후 미국은 중국 기업의 대미 지적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고 중국도 미국의 WTO 규정 위반을 근거로 반발했다. 무역긴장은 1년간 꾸준히 고조돼 2차 관세부과 조치도 발표됐고 긴장이 장기화하자 경기 둔화 우려와 증시 부진 등 달러-원 환율 상승을 이끄는 주요 재료가 됐다. 9월 24일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부과까지 발효됐다.
금융시장은 마침내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추가 관세부과를 보류하는 휴전에 돌입하자 즉각 안도했다. 달러-원 환율은 하루만에 10원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위안화 바라보는 원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 우려로 이어지면서 원화와 위안화 상관관계가 유난히 높은 한해였다. 위안화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한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 역할을 하는 만큼 무역 분쟁에 따라 위안화가 요동칠 때마다 달러-원 환율은 더욱 예민하게 움직였다. 지난 1년간 달러-원 환율과 달러-위안(CNH) 환율의 상관계수는 0.9 수준을 웃돌면서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상관계수가 플러스(+)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의 움직임이 같다는 의미임을 감안하면 한해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거의 위안화를 보며 거래 방향을 가늠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의 무역 압박에 중국이 환율을 무기로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 진입 가능성이 더욱 커진 한해였다. 이에 따라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發 원화 강세
올해 새해가 밝자마자 서울환시에서 ‘컨트리 리스크’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용의를 밝혔고 이후 4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급격히 약세로 기울었던 원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다.
정상회담이 있기 전 3월부터 대북 특별사절단이 회담 개최 장소와 일정을 발표하자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했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0원 이상 급락하면서 원화 강세를 반영했다. 남북 간 화해 무드에 이어 6월 싱가포르에서는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이후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꾸준히 원화 강세 재료를 보탰다.
◇외환당국 시장 개입 내역 공개 결정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시장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를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국 통화의 인위적인 절하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국가에 압박을 줬던 만큼 해당 조치는 향후 당국의 매수 개입 약화와 달러-원 하락 재료가 됐다.
5월 21일 발표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반기마다 외환시장에서 개입한 달러 순매수액을 공개하기로 했고 1년 동안 반기별 순매수액을 공개한 뒤 이후 분기별로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은 내년 3월말에 처음 공개한다. 우리나라 외환 당국은 다만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둘러싼 ‘환율 주권’ 문제 제기에는 적극 방어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전혀 별개라고 수차례 강조했고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시장 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변동성
올해 달러-원 환율 변동성은 역대급으로 낮았다. 연고점인 1,144.70원과 연저점 1054.00원 사이 변동폭은 약 91원에 그쳐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변동성을 나타낸 한 해였다. 평균 한해 달러-원 환율의 변동폭이 150원 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좁은 범위 내에서 ‘붙박이 장세’를 나타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해 신흥국 자본 이탈 우려, 브렉시트 합의 불발 가능성 등 대외 역풍이 절대 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완화됐던 한 해였다.
이러한 변동성 약화는 원화가 전형적인 신흥국 통화들과 차별화되면서 준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울환시의 체질 개선과 수급상 균형이 이뤄지면서 대외 변수에 보다 탄탄해진 셈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전형적으로 공급이 우위인 시장이었으나,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줄이고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공급과 수요 쏠림도 크지 않았던 한해였다.
◇FX 스와프 거래 끊는 외은
서울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는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 간의 신용 한도(크레디트 라인) 논란이 거셌다.
지난 7∼9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우려로 외은 서울지점이 국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셀앤드바이(sell&buy) 거래를 축소하면서다.
외은과 국내 은행 간의 FX 스와프 거래가 체결되지 않으면서 많은 시장참가자가 불편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유동성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wrong way risk)를 관리해야 한다는 바젤Ⅲ 규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다만, 가격과 거래량 등에서 비정상이라고 볼 만한 부분이 지표상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됐다.
FX 스와프 시장에서 외은과 국내 은행 사이에 대폭 축소된 신용 라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시장참가자들은 일러도 내년 초가 돼야 라인 이슈가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여곡절’ 한ㆍ중 통화스와프 연장
지난 10월 한국과 중국은 3천6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기존 계약 만기가 지난 시점에서 연장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논란 등으로 중단 위기도 있었지만, 역내 금융안정과 위안화 국제화 등 경제적 기능에 초점을 두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끌어낸 점에 우호적 평가가 쏠렸다.
북한과 미국의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와중에 얻은 경제·외교적 성과였다.
한 달 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만기와 한도가 없는 파격적인 계약이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든든한 외환 안전판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장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10거래일 만에 달러-원 환율은 1,110원대에서 1,070원대까지 급속도로 하락했다.
◇환율조작국 올해도 피했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보고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을 피했다.
중국, 일본, 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에는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적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셰일가스 수입 등을 통해 대미흑자를 줄여나간 점이 주효했다.
구체적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이상)와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의 3% 초과) 요건에 해당했다.
GDP의 2%를 넘는 달러 매수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지면서, 외환 당국은 시장에 개입하는 규모와 횟수를 대폭 줄이기도 해다.
11월 원화 초강세 국면에서는 외환 당국의 모호한 스탠스 논란으로 1,100원, 1,090원, 1,080원대 레벨이 쉽게 무너진 바 있다.
◇美 보호무역 압박에도 수출 ‘초호황’
11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세는 13개월 연속 이뤄졌다. 사드 보복 논란 속에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호조였다.
1∼11월 누계 수출은 5천24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달 17일까지는 역대 최단 기간에 연간 5천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일반기계 등의 수출 증가세가 눈부셨다.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무역 회복세에 수혜를 입었다.
수출 호황은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상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단을 받쳤다면, 반대 방향에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은 달러-원 환율을 무겁게 누르는 재료가 됐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수출 호조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해외투자 확대에 큰 손이 된 연기금
보험사를 비롯해 연기금의 해외투자 관련 달러 매수세로 외환시장은 출렁인 경우가 잦았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환 헤지 비율을 2009년 50%에서 2014년 0%로 단계적으로 이미 축소했다.
해외채권의 경우 내년 0% 환 헤지를 목표로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신규 해외투자에서는 환 헤지 없이 직접 달러를 매수하면서 외환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달러-원 환율에 급하게 하락하는 경우에는 연기금의 저점 인식 성 매수세가 나오기도 했다.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무시할 수 없다.
개정된 보험업감독업무에는 국내 보험사가 해외자산에 투자 시 환 헤지가 없어도 가중평균 만기(듀레이션)를 인정해주는 내용이 들어있다.
12월 FX 스와프 시장에서는 보험사의 에셋 스와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스와프 포인트 하락세를 가중하고 있다.
2016년
(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정책팀 = 2016년 서울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대내외 정치적 이슈에 함몰되면서 여느 해보다 변동성이 확대 국면에 시달린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위안화가 급하게 절하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크게 뛰면서 시작했다. 이에 달러-원 환율은 2월 마지막 날에 1,245.3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말까지 달러-원은 급하게 내리막길을 걸어 1,120원대까지 내렸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 국면을 맞은 기간으로 꼽힌다. 변동성 확대 폭이 커지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이후 외환시장은 정치적 이슈라는 블랙홀로 빠져들었다. 예상을 깨는 정치적 결과들은 또다시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6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고, 7월에는 프랑스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긴장도를 높였다.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적 이슈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설마 하던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향후 글로벌 경제 전망은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키는 엄청난 이슈였다.
트럼플레이션으로 표현되는 미국발(發) 금리 상승 흐름을 촉발하면서 달러-원도 위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 한국’의 시발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추세적이고 빠른 금리 상승 흐름을 야기한 점은 2017년 서울환시의 변동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럭비공’ 트럼프, 미국을 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11월 9일 서울환시에서 달러-원은 무려 14.50원 폭등했다. 쇼크 그 자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금융시장 입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끔찍한 결과였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나마 안정세를 보였지만 불확실성까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이에 더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실현되면 전세계는 무역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G2의 한 축인 중국과의 무역, 환율 전쟁 가능성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에 끔직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브렉시트, 유럽발 불확실성의 시작
영국인들은 6월 23일 43년 만에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에 시장은 일거에 패닉에 빠졌다.
설마했던 결과에 영국 파운드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장중 12% 급락하는 등 온갖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서울환시에서도 달러-원은 30원 가까이 치솟았다. 금융위기 상황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충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1∼2년 더 불확실한 이슈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탈퇴까지 EU와 벌일 협상 과정에서 시장에 또다시 어떤 악영향을 줄 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유럽발 금융리스크 확대의 시초 도이체방크 사태
지난 9월 터진 도이체방크 사태는 또다른 불확실성을 던졌다. 독일 최대 은행의 위기는 유럽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를 확산하는 시발점으로 해석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였다.
외환시장에서는 리스크 회피 심리가 만연했다. 달러-원 환율은 1,100원대로 올랐다. 유로화는 약세를,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였다.
도이체방크 사태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다소 누그러졌다. 적어도 도이체방크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서울환시에서 달러 매수 분위기를 다소나마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도이체방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결국 총 72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
◇1년 내내 불확실성 이슈였던 미국 금리인상
미국 금리인상은 올 한해도 서울환시에서 가장 강력한 이슈였다.
작년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최대 4회 정도 금리를 올릴수 있다고 예고했다.
실제 두 차례 인상에 그쳤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서울환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주된 변수였다.
서울환시는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물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물론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위안화 쇼크
올해 서울외환시장은 첫 거래일부터 글로벌 글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중국 증시 불안 및 위안화 쇼크 사태와 맞닥뜨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둔화될 우려가 커졌고 위안화가 지속 절하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작년말 1,160원대에서 4일만에 1,200원대로 올라섰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핫머니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가속화했다.
달러-원 환율은 2월 29일 올해 최고치인 장중 1,245.30원까지 찍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1년7개월만에 공식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상하이 위안-원 직거래시장 개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에 개설된 위안-원 직거래시장은 원화가 해외에서 직접 거래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국내 위안-원 직거래시장에 이어 한국으로서는 원화 국제화를 위한 시험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직거래 통화를 14개로 늘리며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은행과 비거주자 간 거래에서는 무역과 관련한 것이 아니면 원화 차입을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한계도 있다.
근래 상하이 시장에서 거래량은 정부 예상 1억 달러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韓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환율보고서는 무역촉진진흥법(BHC 법안)이 시행되고 처음 나온 것이라 시장의 관심이 컸다.
한국은 무역제재가 가능한 심층 분석대상국에 지정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 독일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와 함께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외환 당국이 변동성이 커질 때만 양방향으로 개입을 한 점이 부각돼 환율조작국 오명을 쓰지는 않았다.
하반기에 나온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환율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당국 개입 경계심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서울환시에서 국내 변수 중 가장 강력했던 이슈는 다름 아닌 ‘정치 변수’였다. 그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 중심에 있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그에 따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여전히 국내 정국의 불안정성과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현재진행형 변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후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도 불확실한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불확실성 해소의 재료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있다.
◇연이은 유럽 테러
올해도 극단주의와 테러 공포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7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 테러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지난 20일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경찰관의 저격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독일 베를린에서도 트럭 테러가 일어났다.
유로존 곳곳에 도사리는 정치·종교적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변수가 됐다. 달러는 더욱 힘을 받았고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달러-원에도 영향을 주는 재료로 작용했다.
◇알파고가 쏜 알고리즘 트레이딩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은 외환시장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로봇 딜러,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특정 정보와 조건(알고리즘)을 입력해놓으면 그에 부합하는 상황에서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청산하도록 하는 트레이딩 기법이다. 이런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도입될 가능성은 미래의 트레이딩룸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이끌었다.
외환시장협의회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정도였다.
다만, 아직은 관심 정도에 그치고 있다. 탐욕과 공포라는 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변수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오류로 인한 시스템 위험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논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상하이 위안-원 직거래시장 개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에 개설된 위안-원 직거래시장은 원화가 해외에서 직접 거래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국내 위안-원 직거래시장에 이어 한국으로서는 원화 국제화를 위한 시험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직거래 통화를 14개로 늘리며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은행과 비거주자 간 거래에서는 무역과 관련한 것이 아니면 원화 차입을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한계도 있다.
근래 상하이 시장에서 거래량은 정부 예상 1억 달러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韓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환율보고서는 무역촉진진흥법(BHC 법안)이 시행되고 처음 나온 것이라 시장의 관심이 컸다.
한국은 무역제재가 가능한 심층 분석대상국에 지정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 독일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와 함께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외환 당국이 변동성이 커질 때만 양방향으로 개입을 한 점이 부각돼 환율조작국 오명을 쓰지는 않았다.
하반기에 나온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환율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당국 개입 경계심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서울환시에서 국내 변수 중 가장 강력했던 이슈는 다름 아닌 ‘정치 변수’였다. 그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 중심에 있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그에 따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여전히 국내 정국의 불안정성과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현재진행형 변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후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도 불확실한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불확실성 해소의 재료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있다.
◇연이은 유럽 테러
올해도 극단주의와 테러 공포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7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 테러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지난 20일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경찰관의 저격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독일 베를린에서도 트럭 테러가 일어났다.
유로존 곳곳에 도사리는 정치·종교적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변수가 됐다. 달러는 더욱 힘을 받았고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달러-원에도 영향을 주는 재료로 작용했다.
◇알파고가 쏜 알고리즘 트레이딩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은 외환시장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로봇 딜러,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특정 정보와 조건(알고리즘)을 입력해놓으면 그에 부합하는 상황에서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청산하도록 하는 트레이딩 기법이다. 이런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도입될 가능성은 미래의 트레이딩룸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이끌었다.
외환시장협의회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정도였다.
다만, 아직은 관심 정도에 그치고 있다. 탐욕과 공포라는 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변수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오류로 인한 시스템 위험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논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원-위안 직거래 활성화…거래량 급증
올해는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정착하면서 거래시장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외환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원-위안 직거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2억6천만달러로 달러-원 일평균 거래량의 26.4%에 달했다.
특히 상하이 원-위안 직거래 개설 합의 후인 지난 11월 원-위안 직거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6억3천만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은 마켓메이커 위주의 투기거래가 중심이었으나 차츰 성숙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 정상급회담을 계기로 중국 상하이에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되면 기업의 실수요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도 타결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 서울환시 지각변화…중국계 부상과 외은지점 철수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의 다운사이징 흐름과 달리 중국계은행의 약진이 돋보인 한 해였다. 중국계은행은 높은 거래량을 바탕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위안 시장 마켓메이커에도 중국건설은행이 합류하면서 중국계 은행 네 곳이 원-위안 시장 주요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게 됐다. 중국계은행들이 인력 채용 등 활발히 사업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다른 중국계은행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광대은행(中國光大銀行)도 서울지점 신설을 인가받았다.
반면 미국 및 유럽계 은행들의 구조조정 분위기는 강해졌다. 규제 강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 및 각종 소송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은행이 국내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SC그룹에 앞서 도이체방크는 3만5천명을 감원하고 10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 금융위기 이후 첫 미국 금리인상
미국은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 인상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단행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0∼0.25%에서 25bp 올린 0.25∼0.5%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과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저조해 향후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여파는 신흥국의 자금 유출 우려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 압력을 받으면 취약 신흥국의 경우 환율 급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도 미국 금리 인상 여파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높은 유동성과 탄탄한 펀더멘털로 다른 신흥국보다 자금 이탈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으나 신흥국 경기 하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중국재료 발표…위안화 기습절하와 SDR 편입
올해는 중국발 재료가 사실상 서울환시를 쥐락펴락했다. 지난 8월 초 중국 인민은행(PBOC)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자 달러-원 환율은 하루 변동폭 24원 이상을 보이면서 폭등장을 나타냈다. 위안화가 안정을 되찾자 중국 증권시장이 요동치는 등 차이나리스크가 외환시장을 흔들었다.
이외에도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도 이슈였다. SDR 편입에 따라 세계 기축통화 반열에 올랐으나 고정환율이 불가능해지면서 PBOC는 통화 바스켓에 환율을 연동하기로 하는 등 위안화 약세 압력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위안화의 SDR 편입은 미국 달러화 위주의 글로벌 외환시장에 변화를 예고할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유가 급락과 상품통화의 약세
저유가 현상은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주요 악재 중 하나로 서울환시에서도 주요 이슈가 됐다. 올해에도 공급 우위 지속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밑돌면서 달러화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주요 ‘상품통화(commodity currency)‘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달러는 최근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해당 통화의 절하율은 올해에만 무려 10~15% 수준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달러에 상승 압력을 더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경제는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동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비용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글로벌 경기부진 우려를 키웠다. 이 때문에 달러-원 환율도 국제유가 급락과 맞물러 리스크 오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4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2014년 서울외환시장은 상반기까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환율 진입을 눈앞에 두다가 하반기에 일본 엔저 우려로 급반등하는 등 극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 달러-엔 환율의 기록적인 상승은 서울 환시에서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며 엔-원 동조화에 따른 급등 장세를 이끌어 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올해도 서울 환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벤 버냉키의 바통을 이어받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취임초 ‘초보자의 실수’로 시작해 달러-원 환율을 흔들었다. 시장은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시기가 상반기로 당겨질지, 하반기로 늦춰질지를 두고 일년 내내 갑론을박했다.
엔-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 등 금융시장에서의 우려와 달리 올해도 국내 펀더멘털은 탄탄했다. 경상흑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열었다. 위안화예금도 급증하면서 외환스와프 시장을 지배하는 재료로 등장했다.
연합인포맥스는 외환시장을 움직인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올해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금융위기 이후 첫 1,050원 붕괴
달러화는 올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50원선을 하향 이탈했다.
달러화는 새해 벽두인 1월2일 1,048.30원선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50원선을 깼다. 하지만 이날 곧바로 1,050원선을 회복한 이후 3월 1,090원선 부근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2011년부터 당국이 3차례나 강력하게 막아섰던 레벨의 지지력이 올해도 확인되는 듯했다.
달러화는 하지만 4월9월 1,040원선까지 내리며 1,050원선을 확실하게 깨고 내려섰다.
막강한 지지선이 무너진 여파는 강력했다. 당국의 1,050원선 방어를 기대하고 구축됐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들은 급한 롱스탑에 이어 본격적인 숏베팅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달러화는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매수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7월4일에는 1,008.40원선까지 레벨을 낮추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저의 역습…BOJ의 QQE2
상반기까지만 해도 마냥 내리막길을 탈 것 같았던 달러화는 하반기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달러화의 대반전을 이끌어 낸 것은 엔화의 급락이다. 대표적인 이벤트는 지난 10월31일 열린 BOJ의 통화정책회의다.
BOJ는 이날 회의에서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80조엔까지 늘리는 양적 및 질적완화 2탄(QQE2)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치에 이날 달러-엔은 하루만에 ‘3빅’이나 급등했다.
일본은 공적기금(GPIF)도 엔저 유도의 도구로 활용했다. GPIF의 해외 증시 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확대하고, 해외 채권 투자 비중도 11%에서 15%로 늘렸다.
달러-엔은 7월까지 102엔선 부근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일련의 조치들로 12월8일에는 7년여 만에 최고치인 121.84엔까지 올랐다.
달러-엔이 급등하면서 달러화도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는 7월 1,008원선까지 내렸던 데서 지난 8일에는 1,121.7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전쟁’…엔-원 동조화에 대통령도 가세
일본의 엔저 유도에 우리 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엔-원 환율이 100엔당 900원에 근접할 정도로 급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대두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저성장과 저물가, 엔저 등을 ‘신3저’로 지목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만큼 일선 당국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물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외환당국의 수장들은 수차례 엔-원 하락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내놨다.
구두개입성 발언의 정점을 찍은 것은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의 이른바 ‘엔-원 동조화’ 발언이다. 주 차관은 지난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직설적인 언급을 내놨다.
당국자가 외환정책의 방향성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만큼 실수인지, 아니만 의도된 발언인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차관의 공언대로 당국은 엔-원 950원선 등에서 실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면서 달러-엔과 동조화한 달러화의 상승을 이끌어냈다.
◇QE 종료…’슈퍼달러’
올해 하반기 엔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기저에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이에 기반한 ‘슈퍼달러’가 자리 잡고 있다.
달러-엔 급등도 일본의 조치뿐만 아니라 QE 종료와 내년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 제공 등 출구전략을 차분하게 밟아나간 연준과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5월 78선에서 최근 90선부근까지 급등했다.
슈퍼달러는 극명하게 엇갈린 미국과 다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이에서 기인했다. 연준은 올해 10월 마침내 QE를 종료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이례적인 돈풀기 정책의 종료를 알렸다.
또 12월 FOMC에서는 ‘상당기간 초저금리’ 문구를 삭제해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경제 대통령 옐런에 울고 웃고…’초보자의 실수’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슈퍼 달러는 흔들림 없는 추세였지만, 서울환시는 옐런의 입을 주목하며 끊임없는 잔파동을 겪었다.
지난 2월 연준 의장에 오른 옐런은 ‘매둘기’라는 평가가 등장할 정도로 올해 내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를 오가며 시장 참가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초보자의 실수’다. 옐런은 취임후 첫 FOMC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QE 종료 이후 6개월’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옐런은 며칠뒤 가진 외부 강연에서는 고용부진을 강조하는 등 비둘기파적 면모를 과시하면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취임 초에 나타났던 이같은 혼선은 패턴은 연중 내내 이어졌다. 이에따라 FOMC가 열릴 때마다 시장은 옐런이 매일지 비둘기일지를 전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2014년 서울외환시장은 상반기까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환율 진입을 눈앞에 두다가 하반기에 일본 엔저 우려로 급반등하는 등 극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 달러-엔 환율의 기록적인 상승은 서울 환시에서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며 엔-원 동조화에 따른 급등 장세를 이끌어 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올해도 서울 환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벤 버냉키의 바통을 이어받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취임초 ‘초보자의 실수’로 시작해 달러-원 환율을 흔들었다. 시장은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시기가 상반기로 당겨질지, 하반기로 늦춰질지를 두고 일년 내내 갑론을박했다.
엔-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 등 금융시장에서의 우려와 달리 올해도 국내 펀더멘털은 탄탄했다. 경상흑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열었다. 위안화예금도 급증하면서 외환스와프 시장을 지배하는 재료로 등장했다.
연합인포맥스는 외환시장을 움직인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올해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금융위기 이후 첫 1,050원 붕괴
달러화는 올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50원선을 하향 이탈했다.
달러화는 새해 벽두인 1월2일 1,048.30원선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50원선을 깼다. 하지만 이날 곧바로 1,050원선을 회복한 이후 3월 1,090원선 부근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2011년부터 당국이 3차례나 강력하게 막아섰던 레벨의 지지력이 올해도 확인되는 듯했다.
달러화는 하지만 4월9월 1,040원선까지 내리며 1,050원선을 확실하게 깨고 내려섰다.
막강한 지지선이 무너진 여파는 강력했다. 당국의 1,050원선 방어를 기대하고 구축됐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들은 급한 롱스탑에 이어 본격적인 숏베팅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달러화는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매수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7월4일에는 1,008.40원선까지 레벨을 낮추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저의 역습…BOJ의 QQE2
상반기까지만 해도 마냥 내리막길을 탈 것 같았던 달러화는 하반기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달러화의 대반전을 이끌어 낸 것은 엔화의 급락이다. 대표적인 이벤트는 지난 10월31일 열린 BOJ의 통화정책회의다.
BOJ는 이날 회의에서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80조엔까지 늘리는 양적 및 질적완화 2탄(QQE2)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치에 이날 달러-엔은 하루만에 ‘3빅’이나 급등했다.
일본은 공적기금(GPIF)도 엔저 유도의 도구로 활용했다. GPIF의 해외 증시 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확대하고, 해외 채권 투자 비중도 11%에서 15%로 늘렸다.
달러-엔은 7월까지 102엔선 부근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일련의 조치들로 12월8일에는 7년여 만에 최고치인 121.84엔까지 올랐다.
달러-엔이 급등하면서 달러화도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는 7월 1,008원선까지 내렸던 데서 지난 8일에는 1,121.7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전쟁’…엔-원 동조화에 대통령도 가세
일본의 엔저 유도에 우리 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엔-원 환율이 100엔당 900원에 근접할 정도로 급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대두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저성장과 저물가, 엔저 등을 ‘신3저’로 지목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만큼 일선 당국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물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외환당국의 수장들은 수차례 엔-원 하락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내놨다.
구두개입성 발언의 정점을 찍은 것은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의 이른바 ‘엔-원 동조화’ 발언이다. 주 차관은 지난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직설적인 언급을 내놨다.
당국자가 외환정책의 방향성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만큼 실수인지, 아니만 의도된 발언인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차관의 공언대로 당국은 엔-원 950원선 등에서 실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면서 달러-엔과 동조화한 달러화의 상승을 이끌어냈다.
◇QE 종료…’슈퍼달러’
올해 하반기 엔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기저에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이에 기반한 ‘슈퍼달러’가 자리 잡고 있다.
달러-엔 급등도 일본의 조치뿐만 아니라 QE 종료와 내년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 제공 등 출구전략을 차분하게 밟아나간 연준과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5월 78선에서 최근 90선부근까지 급등했다.
슈퍼달러는 극명하게 엇갈린 미국과 다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이에서 기인했다. 연준은 올해 10월 마침내 QE를 종료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이례적인 돈풀기 정책의 종료를 알렸다.
또 12월 FOMC에서는 ‘상당기간 초저금리’ 문구를 삭제해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경제 대통령 옐런에 울고 웃고…’초보자의 실수’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슈퍼 달러는 흔들림 없는 추세였지만, 서울환시는 옐런의 입을 주목하며 끊임없는 잔파동을 겪었다.
지난 2월 연준 의장에 오른 옐런은 ‘매둘기’라는 평가가 등장할 정도로 올해 내내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를 오가며 시장 참가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초보자의 실수’다. 옐런은 취임후 첫 FOMC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QE 종료 이후 6개월’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옐런은 며칠뒤 가진 외부 강연에서는 고용부진을 강조하는 등 비둘기파적 면모를 과시하면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취임 초에 나타났던 이같은 혼선은 패턴은 연중 내내 이어졌다. 이에따라 FOMC가 열릴 때마다 시장은 옐런이 매일지 비둘기일지를 전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