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토 아쓰시(内藤敦之), 『내생적 화폐공급이론의 재구축』, 이건우 역, 과천: 진인진, 2025


개요


은행만이 할 수 있는 신용창조로 (신용)화폐가 발생하고, 그 화폐가 생산,지출,지급 과정을 통해 경제를 순환한 뒤, 대출 상환을 통해 은행으로 환류하며 소멸하는 과정이 거시경제의 골격을 이룬다는 것이 화폐적 순환이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화폐의 내생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규제와 제도에 따른 은행의 대출,유동성,부채관리 행태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및 공개시장운영 형태가 결합된 결과로 설명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선호, 신용할당, 구조적 내생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화폐적 순환의 1단계는 기업의 투자 결심이다. 이는 생산을 통해 이윤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다. 또한 이 때 기업은 생산비용에 마크업(mark-up)을 더해 생산물의 가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 마크업은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기업은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이후에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석의 편의를 위해 기업은 소비재 기업 단 하나만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자본재는 고려하지 않는다(따라서 생산요소는 노동 뿐이다).

2단계는 은행에 의한 자금 제공이다. 물론 기업이 투자 및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금융을 통해, 즉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조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저량stock으로서의 화폐가 시장에 사전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 화폐는 결국 은행의 신용창조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분석 과정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차입하여 자금을 조달한다 가정한다. 이 단계에서 은행은 항상 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해주지 않는다. 기업의 사업 내용 등을 가지고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기업 또는 사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입 가능한 금액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금리 또한 그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이 때 사용되는 금리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설정한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이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기본 이자율에 마크업을 더한 형태로도 표현 가능)으로 정해질 것이다.

3단계는 기업에 의한 투자 또는 생산이 실행되고, 생산요소에 대한 지불이 일어난다.

4단계는 노동자가 기업의 생산물을 구매하고 그로 인해 화폐가 환류되는 단계이다. 즉 노동자가 임금으로 받은 소득으로 기업의 생산물을 구매함으로써 기업은 수입을 얻는다. 기업은 이 수입을 기본적으로 대출상환 혹은 이자지급에 사용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은 자신의 소득 전부를 소비에 쓰지 않으므로 이 단계에서 최초로 화폐의 누출, 또는 저량으로서의 화폐가 생성된다. 한편 노동자의 소비에 의해 기업의 이윤이 발생한다. 즉, 유효수요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5단계는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다. 일단 창조된 신용 전부가 바로 회수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잔여 차입금을 갚을 필요가 있다.

대차대조표를 통한 설명


화폐 순환의 2단계는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민간은행이 대출 을 기업에 제공하면, 같은 액수의 금액이 기업의 예금계좌에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의 부채에도 예금 이 발생한다. 이 때 필수지급준비율이 이라 하면 은행은 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은행은 이를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하고 이를 중앙은행에 예치한다1.

화폐 순환의 3단계는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차입금을 임금으로 지급하고, 이를 지급받은 노동자들은 노동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4단계에서 가계는 가지고 있는 소비하고 남은 금액을 어떻게 활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단, 기업은 상품판매로 얻은 이득은 모두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가계의 한계소비효용이 라고 하자. 따라서 가계의 소비는 만큼 일어난다.

예금으로 저축

기업은 만큼의 금액을 대출상환에 활용하며 가계가 남은 금액을 을 모두 은행에 예치하면 대차대조표는 아래와 같아진다. 즉 가계가 예금으로 저축을 하는 경우 초과준비금이 발생한다. 그리고 가계가 예금으로 저축을 하는 경우, 이 예금은 다시 기업에 대한 대출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채권으로 저축

가계가 소비 후 남은 금액을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저축한다고 하자. 그리고 기업은 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금액을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고 하자. 이 경우 대차대조표는 아래와 같아진다. 가계가 회사채로 저축을 하는 경우에도 초과준비금이 발생한다.

현금으로 저축

가계가 소비 후에 남은 금액을 모두 현금의 형태로 보유한다고 가정하자. 즉 가계는 예금을 현금으로 인출한 후 이를 보관한다. 이 경우에도 역시 기업은 제품판매 금액을 모두 대출상환에 사용한다고 하자. 그리고 현금이 없는 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현금을 대출받는다. 이렇게 가계가 현금으로 저축하는 경우에도 예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초과준비금이 발생한다.

(1) 현금으로 저축하는 경우 다른 경우와는 달리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확장된다. 이는 민간의 유동성 선호에 의해 중앙은행의 화폐발행이 늘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2) 가계가 예금이나 현금으로 저축하는 경우보다 회사채로 저축하는 경우,민간은행의 대차대조표가 더 크게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시중의 화폐량은 줄어든다. 이는 다른 경우와는 달리, 신용이 모두 회수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경우에는 기업은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을 갚아야 할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다(5단계).

(3) 예금으로 저축하는 경우보다, 회사채와 현금으로 저축하는 경우 초과준비금이 더 많이 늘어난다.

Footnotes

  1. 준비금이 탄력적으로 공급된다 가정하는 것. 현실에서 중앙은행은 이미 발생한 대출 및 결제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즉 대규모 지급결제 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준비금을 어느정도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반영.